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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행려자 무료급식소 처음 개설
    평화신문  작성일 2014.02.03  조회 1583     

염수정 추기경, 행려자 무료급식소 처음 개설

1986년 영등포동본당 주임 시절 국내 최초로 노숙인 무료급식소 개소

   신부 시절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소리 소문 없이 묵묵히 돕던 염수정 추기경의 숨은 일화들이 신자들과 지인들을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특히 염 추기경이 1986년 서울 영등포동본당 주임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행려자 무료급식소를 개설한 사실이 알려졌다. 1986년 초 추운 겨울 영등포시장 일대에서 한 노숙인이 아궁이를 껴안은 채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마음 아파한 염 신부가 파출소에 연락해 시신을 수습하고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개설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그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건물 전세금을 마련하고 사랑의 선교수사회에 운영을 맡겨, 1986년 8월 영등포역 쪽방촌에 행려자를 위한 무료급식소(현 토마스의 집) 문을 열었다.  

 당시 염 신부를 도와 무료급식소 준비를 도맡은 김효철(그레고리오,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씨는 "당시 행려자를 위해 문을 연 급식소 가운데 유일한 무료급식소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행려자를 위한 무료식당은 염수정 추기경이 연 것이고 이후 무료급식소가 천주교, 개신교, 불교 할 것 없이 지역마다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는 사회복지 역사에서도 다시 쓰여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무료급식소 개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역ㆍ용산ㆍ천호동 일대 행려자들이 밥을 먹으러 오기도 하고,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본명축일 축의금을 들고 와서 그 돈으로 고기반찬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한 행려자는 자신에게 인격적으로 대해주는 봉사자들 모습에 감동해 자신이 구걸한 돈으로 휴지와 쌀을 사갖고 와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해 주라고 내놓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는 1986년 4월 독재에 항거해 분신자살을 시도한 서울대 학생 김재호ㆍ이세진씨가 영등포동성당 인근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했을 때 일이다. 병원 앞에서 대학생들과 전경들이 대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염 신부는 이들을 성당으로 초대해 추위를 피하고 요기를 하도록 도왔다. 또 화덕에 연탄불을 지펴 병원 앞으로 가져가 대학생들의 추위를 달래주기도 했다.

 염 추기경이 가톨릭대 성신교정 사무처장 시절(1987~1992년) 학교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가 받는 월급을 조금씩만 덜 받으면 모두 함께 일할 수 있다. 월급은 다시 인상될 수 있다"며 교직원들을 설득해 한 명의 감원도 없이 재정난을 이겨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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