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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고 나누면 바로 이곳이 천국"
    평화신문  작성일 2014.01.23  조회 1586     
"서로 사랑하고 나누면 바로 이곳이 천국"

염수정 추기경,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 사목방문


가장 낮은 곳에서 임명 후 첫 공식 미사

사제 장례미사로 미뤘던 방문 약속 지켜

순교 상징 옷색깔처럼 살도록 기도 요청

▲ 노숙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기경 임명 후 첫 사목 방문지로 은평의 마을을 찾은 염 추기경이 요양 중인 행려병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얼어붙은 대지가 나른한 기지개를 켤 만큼 화창했던 19일 노숙인 요양시설인 서울 '은평의 마을'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추기경 임명 후 첫 사목방문을 했다.

 이날 방문은 염 추기경이 은평의 마을 가족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염 추기경은 애초 지난해 성탄 미사를 이곳에서 봉헌키로 했지만, 갑작스레 선종한 교구 신부의 장례미사를 주례하게 되면서 방문을 미뤘다. 염 추기경은 이날 노숙인과 함께 3시간을 보내면서 미사를 봉헌하고, 중환자들을 방문하고, 가족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은'혜롭고 '평'화로운 곳, 은평의 마을은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서울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정신장애ㆍ중증장애인 1500여 명이 요양하고 있는 시설이다. 대부분 오랜 노숙 생활로 정신분열, 간질, 대뇌경색, 파킨슨씨병, 당뇨 등 중병을 앓고 있다.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만큼 쇠약한 이들이 상당수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를 시작하면서 은평의 마을 가족들에게 "여러분의 기도는 참으로 힘이 있다"면서 "제가 하느님과 세상, 교회와 사람을 잇는 경첩, 돌쩌귀의 역할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진심으로 당부했다

 그는 미사 강론에서도 "저는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빨간 선홍색 옷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 옷은 순교를 뜻합니다. 제가 옷 색깔만큼 모든 것을 바치고 사랑하며 살 수 있으려면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라며 추기경이 된 자신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거듭 청했다. 은평 가족들은 추기경의 부탁에 거침없이 큰 소리로 "예!"라고 화답했다.

 염 추기경은 은평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간결하게 강론했다. "천국은 다른 세상, 죽어야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례 때 물속에 잠기신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처럼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곳으로 내려가 죽는 삶입니다." "여러분, 늘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이 사랑이 예수님의 기쁜 소식입니다."

 미사는 날씨만큼이나 포근했다. 염 추기경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정성껏 은평의 마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체를 영해줬다. 은평의 마을 가족들도 염 추기경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하고 핸드벨로 축가를 연주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오랜 노숙생활과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은 한 중환자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미사 후 염 추기경은 중환자실을 돌며 환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건강하세요" "하느님 안에서 함께 기도합시다"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염 추기경은 은평의 마을 방문을 마친 후 인근 역촌동성당(주임 정병조 신부)에 들러 신자들에게 "오랫동안 지속해서 은평의 마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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