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처 미흡했던 정부와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인식 문제 존엄성 바탕 둔 '공동선' 입장 부족 항상 사회교리 원리 염두에 둬야
발행일 : 2015-07-05 [제2951호, 4면]
온 나라가 메르스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겪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각종 모임과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많은 본당들이 시니어 아카데미 휴교와 조기방학을 결정하고, 주일학교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물론 이런 때에 모두가 함께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앙인이라면 이를 통해서 다른 것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정부의 대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회교리에서 정치공동체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사목헌장」 25항)이라고 가르칩니다. 정치공동체는 자신의 토대와 목적인 인간에 봉사하기 위해서 있습니다.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지만, 초기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에 대해서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안이 있을 때에만 흥분하고, 정작 선거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이를 잊어버린다면 이는 잘못된 태도입니다. 사회교리는 정치공동체가 올바로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참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이 선택을 내리는데 있어서 신앙인으로서 복음적인 시각을 갖도록 가르칩니다.
다음은 이러한 복음적인 시각을 기르고, 복음적인 선택을 도와주어야 하는 정보의 부재입니다. 초기에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정부 관계자들의 실망스런 모습은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습니다. 불안이 컸던 것은 내가 메르스인지 의심된다 하여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에서 분류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질병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에는 이러한 정보를 올바로 전달하는 것과 그에 대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 그를 비판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국민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했습니다.
사회교리를 단지 구호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삶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메르스 앞에서 손을 씻고 입을 가리는 나는 얼마나 나의 죄에서 손을 씻는지, 나의 신앙을 해치고 나를 이기적으로 만드는 무관심과 욕심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경계하는지 말입니다. 나는 얼마나 아파하는 이들의 존엄성을 걱정했고, 진심으로 그들과 연대했는지, 그들의 존엄성을 보장해주는 공동선이 커지도록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하철에서 누가 기침이라도 하면 눈을 찌푸리고, 이 상황을 핑계로 그동안 귀찮았던 일을 미루고 형제자매들과의 연대를 잊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메르스라는 사안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단면과 나 자신의 한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사회교리의 원리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 존엄성의 원리, 공동선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 참여와 실천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와 정부가 이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저 원리들을 지켰는지 반드시 각자가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메르스로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의 쾌유를 위해, 질병과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 기도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이 기억을 사회교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다음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