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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더러운 영과 '갑을관계'
    부산평화방송  작성일 2015.02.02  조회 1586     
[생활 속의 복음] 더러운 영과 '갑을관계'
2015. 02. 01발행 [1300호]

연중 제4주일(마르 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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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미사를 봉헌할 때 교우들 표정이 썩 좋지 않습니다. “왜 인상을 쓰고 계세요?”라고 물으면 억지로 웃으면서 “감기 때문이지요. 신부님이 옮기신 듯합니다” 하고 답합니다. 이번 겨울에는 제가 신자들에게 '더러운 영'을 전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죄송하고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에서는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의 모습을 △큰소리를 지른다(마르 1,23) △괴성을 지른다(마르 9,26) △사납다(마태 8,26) △고통스러워한다(마태 12 45) △실신 상태나 경련을 일으킨다(마르 9,18) 등으로 표현합니다. 모든 특성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결국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기 힘든 사람이며, 주변인들에게 외면당하는 부류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에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일인데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요즘 '갑을관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대부분 식당을 비롯한 상점에서 손님(갑)과 종업원(을)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들입니다. 시골에서 곡물이나 과일을 도시에 판매할 때도 이런 문제가 부지기수로 발생합니다. 배나 곶감 등을 보내면 “색상이나 빛깔이 동일하지 않다”며 일정 기간이 지났는데도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있고, 과일을 먹다 보니 썩은 것이 있다며 바꿔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농민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변상을 해야 합니다.


인간 관계 속에서 이와 비슷하게 벌어지는 차별이나 억압을 미국 ABC방송사의 프로그램 'What would you do?'(어떻게 할 생각이세요?)에서 자주 봅니다. 연기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모욕당하는 노숙인, 인종차별 등)을 연기하고 몰래카메라로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봅니다. 반응을 보인 시민들에게는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묻습니다. 'What would you do?'는 우리가 타인의 상황이나 사회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을 치유하십니다. 그것도 권위를 지니시고 말입니다. 권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입니다.


영어로는 'authority'(지휘권, 권한)입니다. 'au'는 '늘리다. 증가하다'라는 의미이므로 'autor'는 '자라게 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참된 권위는 '하느님의 힘으로 누군가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초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릇된 권위는 누군가에게 공포와 억압, 두려움을 주고 서로 대화와 소통을 어렵게 하며 개개인의 삶을 축소시키거나 단절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릇된 권위는 독재정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자는 군자가 '덕'과 '예'에 의한 교화를 통한 정치로 질서를 회복하고 태평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 참된 정치적 권위라고 봤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사람을 살리시고, 서로 만남과 대화를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인간으로서 완성을 향해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참 권위를 보여주십니다. 교우 여러분! 저도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등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존경과 배려를 통해 참다운 권위가 흘러넘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1월 10~11일 도시 손님 25명이 성당을 다녀갔습니다. 토요일 저녁 주일 미사를 마치고 교육관 마당에 나오니 본당 어르신들과 손님들이 어우러져서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웃으시는 어르신들 옆에서 장단을 맞추면서 추임새를 넣고 흥을 돋우는 손님들 모습은 기쁨과 환희 그리고 존경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드러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더러운 영이 함께할 수 없는 멋진 축제였습니다. 참 기쁨의 인간 관계를 보았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도 예수님처럼 참 권위를 가지고 더러운 영을 추방해 힘차고 신명 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아멘.


출처: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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