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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준비물
    부산평화방송  작성일 2015.01.09  조회 1588     

[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준비물

'기도하는 마음 준비' 먼저 갖춰야
성령께 맡기면서 쉼 없는 노력을
발행일 : 2015-01-04 [제2926호, 17면]

비록 먼 길을 떠나긴 하지만 준비물이 그다지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저 마음 하나 부여잡고 가면 될 일입니다. 그 마음이 '기도'란 형태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기도와 함께, 기도 안에서 이 길을 끝까지 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라고 하면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들이 찾아들지 모르겠습니다. 기도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건 머리로는 알아듣고 있지만 정작 몸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또 설사 기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이도 적잖을 것입니다.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기도에 대해 강의도 하고 명색이 영적 지도란 것을 하고 있으면서도, 기도가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합니다.


기도의 방법도 다양하고 기도에 대한 가르침도 많습니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고 시도도 해 보긴 합니다만 성과는 변변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풀어내야만 할까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짚어야 할 문제는, 기도를 내 머리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내 이성과 지성 그리고 내 감성과 의지 등으로 기도를 꾸려 나가려고 하지나 않나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기도의 열매는 부실하고 기도를 해 나가는 것이 여간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는 기도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일이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가운데 원기를 돋울 수 있는 휴식 같은 것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기도는 휴양림과 같은 좋은 숲 속에 들어가 한가롭게 거닐며 심신을 새롭게 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숲 속을 거닐고 있을 때 우리가 할 일은 따로 특별히 없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거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면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무엇보다도 신선한 산소로 가득 찬 공기가 우리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새롭게 태어나게 해 줍니다. 힘을 얻고 생기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은 고요와 평화로 가득 찰 것입니다. 기도가 바로 이렇게 진행된다는 말이고, 이는 내 힘과 의지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맡겨 드리며 기도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을, 전체를, 다 알고 계신 분은 성령밖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내 마음 상태와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아시는 가운데, 나를 생명으로 가득 채우시고 본래의 내 모습을 회복시켜 낼 수 있도록 이끄시고 가르치시고 마음을 움직이시는 것입니다. 나는 내 몸의 힘을 빼는 가운데 그 성령께 내 자신을 맡겨 드리고 있노라면, 성령 친히 움직이시는 가운데 내 존재의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몸보다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보다 영이 중요합니다. 몸을 위해서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마음과 영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식량 공급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기도입니다. 지속적인 기도를 통해 마음과 영이 조금씩 자라, 마침내 하느님의 완전성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한두 차례의 기도를 통해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은 특별한 은총이 없는 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우리 삶의 여정에서 규칙적으로 멈추고 쉬고 돌아보는, 침묵과 고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성령으로부터 오는 마음의 감동을 누릴 것이며, 외적 분주와 소란과 다른,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로 하여금 기도해 나가게 만드는 추진력이 될 것입니다.



유시찬 신부는 1997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gabino@catimes.kr)
출처:가톨릭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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