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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하는 어머니들에게 성모님의 위로와 희망을”
    평화신문  작성일 2014.05.22  조회 1602     
“통곡하는 어머니들에게 성모님의 위로와 희망을”

서울대교구, 세월호 참사 애도와 함께하는 성모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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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촌 주교와 사제들이 신자, 수도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등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이힘 기자

성모성월, 5월의 하순인 19일 저녁 명동성당 성모동산.

“물에서 올라온 자식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팽목항의 어머니들은, 차갑게 굳어버린 예수님 시신을 끌어안고 비통해 하시는 성모님들이었습니다. 아들의 십자가 죽음으로 고통의 가장 깊은 데까지 내려가셨던 성모님이셨기에 세 월호에서 자식을 잃고 힘들어하는 모든 어머니의 마음을 아시고 위로해주실 것입니다.…”

유경촌(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의 강론이 끝났다. 참석자들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500여 명이 참석한 성모동산은 침묵이 휘감았다.

성모상 앞 계단에 촛불이 하나둘 모여든다. 참석자들의 마음을 모은 촛불이 성모상 앞을 수놓았다. 타오르는 촛불들은 참회의 촛불, 희생의 촛불, 희망의 촛불이다.

촛불 봉헌에 이어 메시지가 낭독된다. 4월 23일부터 매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린 이곳 성모동산을 찾은 이들이 남긴 메시지들이다. 위로의 벽, 애도의 벽, 나눔의 벽, 성찰의 벽, 희망의 벽에 붙은 메시지들이 차례로 5월의 밤하늘을 타고 올라간다.

성모님께 드리는 글이 낭독된다.

“…모두가 오늘의 아픔과 슬픔을 가슴에 새기며 참된 변모를 위해 힘쓰게 하시어, 폐허가 된 우리 가슴마다 불신을 넘어 굳센 믿음을, 반목을 넘어 하나된 사랑을, 절망을 넘어 희망을….”

두 손 모으고 간절함을 길어올린다.

성모찬송이 울려 퍼지고, 미사가 계속된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애도와 함께하는 2014 성모의 밤' 행사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함께한 성모의 밤은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희생자 가족을 위해, 구조대와 자원 봉사자를 위해, 우리 모두의 회개와 용서를 위해,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를 청하며, 한단 한단, 이렇게 로사리오 장미송이들이 바쳐졌다.

마리아를 찬미하는 '아베 마리아'가 팝페라 가수의 청아한 목소리에 실려 긴 여운을 남기고 밤하늘에 흩어지자 유경촌 주교 주례와 사회사목국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미사가 시작됐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내가, 우리가, 대한민국이 지켜주지 못한 탓에, 대다수가 어린 학생인 고귀한 생명이 차디찬 바닷속에서 희생됐다. 의식 있는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된다'는 큰 자성의 울림을 남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 주교도 강론에서 “이번 참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진실규명과 책임추궁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우리 사회를 돈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그것이 하느님 뜻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2014년 5월 명동성당 성모동산 성모의 밤은 우리에게 숙제를 안기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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