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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과 함께 '화해의 작은 씨앗' 심는다
    평화신문  작성일 2014.05.19  조회 1585     
이산가족과 함께 '화해의 작은 씨앗' 심는다


염수정 추기경, 20일 이산가족을 위한 특별미사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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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 철조망엔 갈라진 겨레의 통일을 기원하는 이산가족들의
   애절한 사연과 심경이 담긴 쪽지글을 담은 오색천이 셀 수 없을
   만큼 달려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20일 오후 7시 명동주교좌성당에서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하는 이산가족을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한다.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아픔을 달래며 '화해의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원하는 이 미사는 특별히 평양교구 소속 사제단과 평양교구 신우회원들이 함께하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촉구하는 뜻도 담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헤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나게 되고 민족의 분열과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청하자”며 이번 미사에 많은 신자가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운 고향 북녘땅을 지척에 두고 60여 년간 기나긴 가슴앓이를 해온 이산가족들.

해마다 5월 성모성월이자 가정의 달이 되면 이산가족들은 더욱 가슴이 사무친다. 혈육의 인연은 짧았고 생이별은 참으로 길었다. 고향에 두고 온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들을 그리며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다.



#남매인 고용권(토마스, 95,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사와 고선원(데레사, 90,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수녀는 요즘도 1950년 12월 초 대동강을 건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헤어졌기에 64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잊히지 않는 상처다. 최근 들어서야 북에 두고 떠나왔던 어머니(박용만 바울라)와 큰 오빠 고병원(라파엘)씨 등이 선종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가실 줄을 모른다. 2006년 4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방북단 일원으로 평양에 갔을 때 고향 땅 평양 관후리를 밟아보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 고 수사는 오랫동안 병석에 있기에, 고 수녀 또한 지병이 있기에 평양 땅을 다시 밟을 기약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남 당시 16살 소녀였던 백덕화(아기 예수의 데레사, 의정부교구 전곡본당)씨는 이제 만 79세가 됐다. 사리원신우회원 중 가장 나이가 어려 총무직을 맡고 있지만, 노구를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든다. 1950년 10월 공산당에 끌려가 순교한 전덕표(안드레아, 1920∼1950) 신부 시신 앞에서 기도를 바치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월남 뒤 남은 가족들은 모두 숙청당했다는 뒷얘기를 미국에 사는 친척들에게서 전해 들었다. 재미교포여서 모국방문단에 끼어 북녘땅을 찾아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이제 순교자인 전 신부의 정신을 따라 북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작은 기도공동체로서 10여 명 남은 회원들끼리 기도 바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등록현황을 보면, 이산의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온 이산가족은 지난 3월 말 현재 12만 9498명. 이 가운데 5만 8599명이 사망했고, 7만 899명이 살아있다. 이제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타계해 생존자는 겨우 7만 명을 넘기고 있을 정도여서 상봉을 기약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다 상봉을 기대하지 못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실향민은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이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이 혹여나 자신들로 인해 고통을 받을까 우려해 이산가족 등록 신청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존자도 연령대를 보면, 90세 이상이 7696명(10.9%), 80대가 2만 9472명(41.6%), 70대가 2만 426명(28.8%), 60대가 7623명(10.7%)으로 90%를 넘긴다. 50대 이하는 5682명(8%)에 그치는데, 월남 당시 유복자였거나 월남 이후에 태어난 경우여서 이산가족 2세대나 마찬가지다. 남녀로 보면 남자가 4만 4968명으로 63.4%, 여자가 2만 5931명으로 36.6%다. 출신 지역별로 보면 황해도 지역이 1만 6517명(23.3%)로 가장 많고, 평남이 9150명(12.9%), 함남이 7926명(11.2%), 평북이 5437명(7.7%) 순이다. 이들은 경기지역에 2만 508명(28.9%)으로 가장 많이 살고 있고, 서울 2만 416명(28.8%), 인천 5900명(8.3%), 강원 4176명(5.9%), 부산 3456명(4.9%) 순으로 살고 있다.

평양교구 신우회장인 고원익(마티아, 85) 회장은 “1ㆍ4후퇴 때 온 가족이 피란을 내려오다가 해주 근처에서 부모님, 그리고 동생과 헤어져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고 싶었는데 남은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지병도 깊어져 동생이나 그 후손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러한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껴안고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매달 넷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명동주교좌성당 문화관 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 이들의 기도 지향은 길지 않다. 고향에 두고 온 친척들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기를, 더불어 겨레가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기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하느님만이 겨레의 화해, 일치, 나아가 통일을 가져다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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