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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하늘나라로 떠난 세월호 희생자 성호에게 보내는 편지
    평화신문  작성일 2014.05.12  조회 1588     
[세월호 참사] 하늘나라로 떠난 세월호 희생자 성호에게 보내는 편지

“10년간 복사단 활동하며 키워온 사제의 꿈 내가 대신 꼭 이룰게”

내 친구 성호에게

안녕 성호야, 난 너의 제일 친한 친구 기윤이야.

우리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정말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었어. 물론 싸운 적도 한 번 있었지. 근데 우린 서로 미안해 1시간도 안 돼서 동시에 미안하다며 화해했지. 생각해보니 우리가 다툰 건 이것밖에 없더라.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최고의 친구가 돼 있었고, 앞으로도 너는 나의 최고 친구로 내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 있을 거야.

이곳 성당에 오면 내 집에 온 것 같고, 항상 너와 함께 있던 곳이라서 네가 웃으며 내 옆에 와줄 것만 같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복사단, 예비신학생, 전례부, 성가대, 댄스부, 레지오 등을 하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며 언제가부터 꼭 함께 사제가 되자며 다짐했었지.

물론 바쁜 일상 생활에서 고민도 많이 해보고, 다른 길도 생각해 봤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서로 보듬어주고 방황하지 않게 지켜 주었어. 그래서 우리는 점점 꿈에 대해 확고해졌지. 그러나 이제 더는 그 꿈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됐어. 나는 아직 이 현실 속에서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뜻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느꼈어. 네가 이곳에서 하지 못한 일들,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대신해서라도 꼭 해주어야겠다.

얼마 전 성 금요일 미사를 드린 후, 집에 돌아와 잠을 잤는데 꿈에서 내가 사제복을 입고 첫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어. 근데 보이지는 않았지만, 곁에 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어. 아마 네가 내 꿈에 와서 나와 함께 있어준 것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 봤어. 앞으로 내가 방황하거나 고민에 빠졌을 때 우울해 있을 때 꿋꿋하게 이겨낼게.

성호야, 나는 하느님께서 너를 너무 사랑하셔서, 네가 가장 멋지고, 깨끗하고, 거룩한 시기에 데려간 거라 생각해. 네가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힘들고, 절망적이었을 거야. 그러나 우리 모두, 네가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는 걸 알고 주님께서도 알고 계실 거야. 네가 겪은 고통과 수난, 너의 죽음을 절대로 헛되이 하지 않을게.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도 너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실 거야. 그러니 하느님께서 네가 천국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실 거라고 굳게 믿어. 그러니 만약 이곳에서 하지 못한 게 있다면 우리에게 믿고 맡겨주렴. 그럼 더 하루빨리 천국에 갈 수 있을 거야.

성호야, 네가 빨리 주님 곁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길 바라며 모두가 너를 잊지 않고 기도할 거야. 천국에서 편히 쉬길 바래. 내가 너의 몫까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게 해주고, 더 많은 사람이 구원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멋진 사제가 될게.

성호야, 나도 이곳에서의 소풍이 끝나면 너와 함께 천국에서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 너와 보낸 10년이 빠르게 지나간 듯 이곳에서의 삶이 마무리될 즈음에 돌아보면, 빠르게 지나 있을 거야. 내가 천국에 왔을 때 할아버지가 돼 있어도 바로 알아볼 수 있지?

너의 그 해맑은 미소는 잊지 않을게. 성호야, 내 쌍둥이 형제 같은, 내 목숨 같은 친구, 성호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만, 더 많이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성호야, 편히 쉬고 있어. 너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게. 진심으로 사랑해 성호야 사랑한다. 박성호 임마누엘.

너를 사랑하는 친구, 네게 사랑받는 친구, 기윤이가.       


기윤 요한 사도 (고2, 안산 선부동성가정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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