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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안산 단원고를 찾아
    평화신문  작성일 2014.04.23  조회 1586     
[세월호 참사] 안산 단원고를 찾아

오직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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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시내 곳곳에는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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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아, 누나들 조금만 참아주세요." 단원고 교문 앞에 실종 학생들의 구조를 기원하는 편지와 꽃이 
     놓여져 있다. 임영선 기자

  눈물 흘리는 친구들

 18일 저녁 안산시 고잔동 고대안산병원 장례식장은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북적였다. 장례식장에 안치된 6명 모두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장례식장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학생이 "○○(희생 학생 이름)도 며칠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하고 세상을 떠난 학생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떠난 친구의 사진을 보며 또 굵은 눈물을 흘렸다.

 고 장준형(사무엘, 원곡본당)군은 장례식장에 안치된 6명 중 유일한 천주교 신자였다. 빈소에는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머무르며 장군을 기억했다. 장군의 중학교 후배 김○○(17)군은 "준형이 형은 항상 남을 먼저 챙기던 좋은 형이었다"면서 "착하고 후배들에게 친절했던 형을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수학여행을 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의 사진 앞에서 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 중 한 명은 "그래도 우리 준형이는 빨리 와줬잖아요…"라며 실종 중인 다른 학생들을 걱정했다.


  차분한 부활 대축일

 20일에는 예비신학생 1명을 비롯해 실종 학생 4명이 다니고 있는 안산 선부동성가정성당(주임 인진교 신부)을 찾았다.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였지만 분위기는 차분할 수 밖에 없었다. 인 신부는 "엄숙하고 경건하게 부활시기를 지내면서 (사망ㆍ실종자 가족들과) 아픔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선부동성가정본당을 비롯해 실종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안산대리구 본당 신자들은 사건 당일인 16일부터 매일 성당에 모여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몇몇 신자들은 진도에 내려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실종 학생 부모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미사 후 만난 인 신부는 "본당 신자들이 학생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면서 "내일(21일) 진도로 내려가 상황을 살펴보고 실종 학생 가족들을 위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의 한 본당 신부는 "언론이 구조자와 (희생ㆍ실종자) 가족에게 찾아가 심정과 현재 상황을 물어보면 가족들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면서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의 관심이 아니라 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라고 말했다.


 교문 앞에는 국화만

 선부동성가정본당에서 교중미사를 마치고 단원고를 찾아갔다. 가는 길 곳곳에 학생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현수막도 보였다.

 단원고 교문은 굳게 닫혔다. 교문 주변에서 기자와 경찰 몇몇이 오가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문 옆에 놓인 작은 책상 위에는 국화다발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형아, 누나들 조금만 참아주세요. 서로 서로 용기 내 주세요. 우리가 기다릴게요. 힘내세요"라는 내용의 편지도 눈에 띄었다.

 국화 앞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아침 일찍 경기도 양평에서 올라왔다는 고정수(프란치스코, 68)씨였다. 고씨는 "너무 기가 막히고 마음이 아파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무작정 올라왔다"면서 "학생들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17일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성유축성미사 중 "실종자들이 무사히 구조돼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면서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19일 교구 사제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내 아픔을 겪고 있는 신자들을 위로하고, 희생ㆍ실종된 학생들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이 주교는 이날 희생ㆍ실종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본당을 찾아가 상황을 점검했다.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20일 오후 8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앞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제자들 구하고 떠난 남윤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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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남윤철 교사의 장례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제일장례식장에는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 고 남윤철(아우구스티노) 교사의 빈소가 있었다. 남 교사의 빈소는 연도를 하러 온 신자들로 가득했다. 사고 당시 남 교사는 끝까지 선실에 남아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일일이 챙겨주며 대피시키다가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남 교사를 조문한 뒤 어머니 송경옥(모니카, 청주교구 내덕동주교좌본당)씨에게 "평화신문 기자입니다"라고 밝히자 송씨는 기자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철이는 좋은 곳으로 갈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오히려 기자를 위로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 남수현(가브리엘)씨는 "저는 괜찮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남 교사의 장례미사는 20일 청주 내덕동주교좌성당에서 안광성 주임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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