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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온 국민 함께 찾는 역사공원 돼야(2013-07-01)
    평화신문  작성일 2013.12.30  조회 1580     
서울대교구장 착좌 1주년 맞는 염수정 대주교







▲ 25일 서울대교구장 착좌 1주년을 맞는 염수정 대주교는 지난 1년간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해준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리길재 기자


"먼저 교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교회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지난 1년간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교우 여러분의 기도 덕분입니다. 저도 늘 교우들을 기억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염 대주교는 교구장에 착좌한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으로 서소문 순교성지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을 꼽았다. 염 대주교는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소문 순교성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소문 순교성지 해설사가 염 대주교다.

 "우리나라 103위 순교성인 가운데 44위가 순교한 한국교회 최대 순교성지가 서소문입니다. 현재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많은 순교자들이 또 이곳에서 순교했습니다. 아울러 이곳에서 순교한 분들은 인간 존중 이념으로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기수들입니다. 따라서 서소문은 한국 근대사가 숨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소문이 신자는 물론 온 국민이 함께 찾는 역사공원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염 대주교는 역사적 장소성의 의미를 잃어버린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최근 서울성지순례길 조성위원회를 발족하고, 7일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교구 사제들이 서울 시내 주요 성지를 도보로 순례하도록 한 것은 이 같은 역사적 장소성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처절한 순교의 숨결이 깃든 서소문 순교성지와 서울 시내 성지들을 개발하고 순례하는 것은 머릿속 신앙을 가슴속 신앙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염 대주교 생각이다.

 염 대주교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에 많은 신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성원해주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 뜻에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학계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서소문 순교성지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어 서소문성지를 재조명하는 한편 서소문 밖 처형지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큰 수확을 거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난해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를 중심으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에 관한 청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는가 하면 올해 초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소문 역사공원 조성사업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더욱 적극적인 청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염 대주교는 "서울시도 이번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믿는다"면서 신자들의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염 대주교는 교구장 착좌 이후 사제단과 소통을 위해 지구 및 사목 분야별 사제들과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져왔고, 지난 2월에는 교구 사제전체모임을 열어 전체 사제들의 뜻을 한데 모으기도 했다. 염 대주교는 "사제전체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풀어나갈 생각"이라면서 "외형적ㆍ제도적 변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내가 바뀌지 않는데,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복음화는 내가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체험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팎 산적한 현안을 교구장 혼자 힘으로 풀 수는 없습니다. 사제와 신자 개개인이 신앙으로 재무장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복음화가 급선무라고 봅니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 대주교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염 대주교는 "서로 손가락질만 하면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화하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과 더불어 살면서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돼 달라"고 당부한 것과 관련, 염 대주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도와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많이 반성한다"고 했다.

 염 대주교는 최근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이로 33년간 전국 한센인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치과치료를 해준 강대건(라우렌시오) 원장을 떠올리고, "하느님 말씀에 관한 묵상과 체험으로 어려움을 기쁘게 이겨나가는 이들을 만날 때 큰 감동과 위로를 받고 마음의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가톨릭종합매스컴인 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염 대주교는 "교회 공동체 간에, 그리고 교회와 사회 간에 진정한 친교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실된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교우 모두 훌륭한 신앙인들이라 제가 딱히 부탁드릴 게 없습니다. 하루하루 힘든 삶이지만 하느님 사랑을 굳게 믿고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서로가 격려하고 힘을 북돋우며 살면 좋겠습니다. 신앙의 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신앙의 해를 계기로 앞으로도 하느님 은총 속에 풍성한 열매 맺을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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