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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정착한 새터민들의 '작은 학교'(2013-06-27)
    평화신문  작성일 2013.12.30  조회 1577     
새 보금자리 튼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







▲ 새터민 여성들이 남동겨레하나센터에서 원예활동을 하고 있다.

5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남동겨레하나센터).

 최근 아늑한 3층짜리 빌라에 새 보금자리를 튼 센터는 이곳을 지나는 새터민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활짝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니 1층 공동작업장에서는 새터민 여성 여럿이 둘러앉아 재봉틀을 돌리며 앞치마와 행주를 만들고 있다. 2층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한국생활에 막 적응 중인 중ㆍ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업을 듣고 있다. 꼭대기 3층은 의젓한 20대 청년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검정고시 공부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국내 새터민 1500여 명이 모여 사는 이곳 논현동 일대는 거리에서 북한말을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새터민 마을이다. 2007년 설립된 센터는 낯선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자 애쓰는 새터민들을 위해 교회의 다양한 사목을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인천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 소속된 센터는 14일 교구 총대리 정신철 보좌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가졌다. 총 면적 약 143㎡ 규모의 센터는 생사의 고비를 넘긴 끝에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들을 위해 상담ㆍ교육ㆍ문화센터 및 쉼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새터민을 위한 작은 학교와도 같은 센터는 모든 연령의 새터민을 아우른다. △공동작업장 △징검다리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징검다리 청년학교 △미술치료실 △어르신 아리랑학교 등은 새터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새터민 90여 명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 한창 재봉틀을 돌리던 여성 이 아무개(51)씨는 "5년 전 언니와 함께 남한에 들어와 3년 전부터 센터에서 꾸준히 상담을 받으면서 생업을 위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며 "상냥하고 친절한 수녀님들께서 늘 저희를 걱정해주고 보살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음 지었다.

 여성들은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마련되는 전문 미술치료 프로그램과 각종 문화체험에 무료로 참가한다. 남한 교육열에 동참하게 된 새터민 학부모들은 자녀교육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수녀와 봉사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문의한다. 청년들은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원을 다녀온 뒤 늦은 오후에 이곳 '징검다리 청년학교'를 찾아온다. 이들은 검정고시 준비는 물론 또래와 각종 문화ㆍ예술 강좌도 들으며 새 삶을 사는 데 힘을 얻는다.

 2년 전 가족과 남한에 온 후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장 아녜스(23)씨는 "청년학교에서는 공부하다가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질문하고 배울 수 있어 좋다"면서 "지난 4월 예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아 신앙생활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센터는 청년 새터민을 위한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 등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후원 및 봉사 문의 : 032-765-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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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 센터장 이진영 수녀

 "우리 사회는 새터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들과 한 형제임을 인식하고 좀 더 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지난 2월 센터장으로 부임한 이진영(사랑의 씨튼수녀회, 사진) 수녀는 "오늘날 다양한 복지활동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새터민에 대한 복지와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거나 차별적일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수녀는 "그들은 남한에 내려와 정부 보조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살아가고 있다"며 "게다가 험한 탈북 경로를 거쳐오는 동안 도움을 줬던 브로커들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지급해야 하기에 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산다"고 말했다.


 생사의 갈림길을 몇 번씩 겪어낸 이들은 성한 데 없는 몸으로 남한에 들어와 한동안 국가정보원에 머문다. 이후 하나원에 입소해 남한사회에 대한 기초 정착교육을 받고 나면 지역별로 주거지 배정을 받는다. 현재 남동구 새터민들은 정부지원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공장과 식당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아파트에 새로운 새터민이 이사해올 때면 "또 새터민이 입주해오느냐"는 이웃의 볼멘소리도 듣고, 또래 남한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다가가려 해도 왠지 모를 벽을 느끼며 산다. 온갖 어려움 속에 사는 이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이 수녀는 "최근처럼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면 센터 후원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교회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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