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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황사영은 평등실천가이자 개혁가(2013-06-17)
    평화신문  작성일 2013.12.30  조회 1580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위, '황사영의 신앙과 영성' 심포지엄

122행 1만3311자에 이르는 백서를 통해 근대 조선을 뒤흔든 황사영(알렉시오, 1775~1801)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간 백서에 대한 연구 자체가 아주 부족한데다 순교 명성과 평판에 갖가지 이견이 제시되면서 시복 추진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제외돼 온 황사영 순교자가 지난 2월 조선왕조 치하 2차 시복추진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그의 시복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기에 이른 것이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 원장 안명옥 주교)는 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갖고 영성신학과 윤리신학, 역사학, 시복시성절차법 등에 비춰 황사영에 대한 시복작업 추진 가능성을 타진했다. ▶관련기사 14면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기조강연을 통해 황사영이나 「백서」에 대한 평가는 신앙적 관점과 민족적 관점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시복시성이라는 관점에서 두 관점이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입견 없이' 황사영의 신앙과 영성을 마음에 되새길 것을 주문했다.

 최현식(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와 유경촌(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 신부, 김수태(안드레아)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 등 신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은 황사영의 죽음이 순교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박해자인 조선 조정의 '신앙에 대한 증오'가 명백하고 황사영의 순교 원의가 항구하며 죽음이 실제적이기에 순교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윤리신학적으로 중요한 시복 절차 가운데 하나인 순교 명성이나 평판이 황사영의 경우엔 부정적이지만, 조선교회 신앙인들에 대한 보편적 가치나 인권 훼손은 어떤 실정법으로도 합법화될 수 없기에 부정적 인식의 극복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균(서울대교구 반포4동본당 주임) 신부는 "무엇보다도 황사영 백서 자체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고, 백서 전체가 균형 잡히게 평가된다면 그 윤리적 정당성,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했던 황사영 내면의 양심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사영 백서는 신앙의 자유라는 단선적 차원보다 사회 구원, 민족 생존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본다면 인권선언서로 평가할 수 있고, 황사영을 비롯한 신유박해 순교자들은 반상이나 남녀 차별을 극복한 평등실천가, 전제군주체제를 비판한 개혁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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